분명히 조금은 특별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쉽지도 않고 반대로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였음을
요즘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수 없이 무너지고 싶고 수 없이 포기하고 싶었던,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 모두 마지막엔 견뎌낼 수 있었던 시간들이였으니까.
결국에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라던가 "절망"이라는 한계의 벽은-
부셔버리는 것은 조금 벅차더라도, 스스로 조금씩 밀어내면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밀어내다보면 이미 벽은 더 이상 벽이지 않을테니까.

4년이 걸릴 줄 알았던 벽을 3년만에 밀어내고 조금 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나는 썩어버릴 것 같다. 흐르지 않은, 고여있는 물과 같이.
흐르는 물은 강을, 바다를 향해 전진할 수 있을테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라는 말은 웃기겠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게워내기만 했던 지난 며칠,
심하게 앓고 났더니 이제서야 기억이 났다.
나는 남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에 도전하기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만 찾아다니는 인간이란걸.

그 가지 않은 길과 그 풀지 않는 문제를 풀기위하여 작은 책상을 찾아다니다,
스토리지 룸 한 구석에 세워져 있던 저 액자를 보았다.

1999년. 13살이되는, 고등학생이 된 나를 위한 생일선물이였다.
꼬박 일주일이 걸려서 그렸던, 생에 처음으로 내가 "그림 그리기"가 너무 즐거웠던 일주일.

국민학교(난 국민학생 세대) 4년을 다니면서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올 수"의 통한은.
시험은 100점 맞아도 미술시간에 남들이랑 똑같이 크레파스, 물감으로 그려야 했던 그림때문이였다.
예쁜 색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색연필, 크레파스 - 예쁘게 물감이 짜여진 팔레트는 너무 좋아했지만,
늘 정해진 주제의 틀에 맞춰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는 그 틀이 너무나도 싫었고-
은근히 그런 고집이있다는 것을 깨달은 선생님이 고쳐주실려고 했던건지 어땠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늘 성적표에 그 "우"는 미술이였다.

그런, 미술학원 한번 다녀보지 않았던 내가 무슨 바람이 불어 시작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끝"이라던가 "틀"이 없던 캔버스가 좋았고, 유화물감 특유의 색상이라던가 오일의 냄세가 좋았다.
그 색들이 너무 좋았다. 붓도 좋았고.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하여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려야 했다는 것과,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그런 세세한 곳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 그런 작은 것들을 배웠던것 같다.
저택의 뾰족한 탑과, 창틀, 그림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컸던 가장 작은 브러쉬대신 사용할 수 있을 것을
고민했었고, 가끔은 이쑤시개가 "붓"이 될 수 있음을 알았던.
그런 기억.

그렇게 앉아 꼬박 일주일이나 걸려서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은,
분명히 13살의 내게는 작지 않은 성취감이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림이 완성되어 채 마르지도 것을
안고 뛸뻔 했으니까.

+

내가 원하는 "그림"은 미술시간의 한시간 채 남짓도 못한 그 시간동안 완성할 수 있었던게 아니였다.
대단한 것을 완성할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의 최선을, 혼신을 다하고 싶었던 것이였다.
"내가 만들어 낸 것" 혹은 "내가 해낸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싶었으니까.

물론 인생이라는게 그렇게 녹록치 않고 늘 원하는 만큼 "시간"을 다 갖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온 몸으로 체감하면서 깨닫게 되었지만,

그림과 같이, 나-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 백명을 합친 것보다 욕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그런 인간이라서.
길지 않은 삶, 만족은 커녕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려면 "쉬어야지"하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겠다고 - 물론 사람이라서, "다시는"이라던가 "절대"라는 말은 쓰지 못하겠지만)


++

다시 뛰는 나를 위하여!
내가 원하는 바다로 흐르기 위하여!

화이팅!




p.s.
배경음악은, 아마 아시는 분은 이미 알아채리셨을 법한
슬램덩크 OST(2기 엔딩)의 世界が終るまでは(세상이 끝날때까지/끝날때까지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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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aysofjyp.net BlogIcon JYP 2008.02.20 01:37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올수녀' 이영님^^ㅋㅋ

    저는 또 미대입시생이다보니 이 글이 또 새롭네요^^; 저도 매일매일 한장씩 두장씩 '만들어 내며' 살고 있습니다...ㅎ

    이영님 아자! 저도 저를 믿겠습니다^^ㅎ

  2. Favicon of http://badapple.tistory.com BlogIcon 블링 2008.02.20 08:03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국민학교 때] 올 "수" 의 주인공이 저 에요 (픕~~)
    그러나 그 뒤론, 제가 좋아하지 않은 것들엔 영 관심이 없어서 영어, 수학 점수로만 대학까지 버틴 그러한 인물... [우습게도 지리하고 딱딱한 학교 영어 수업은바닥이었지만 대입시험의 영어들이 되려 재미 있었다는... ㅋ] 수학은 줄곧 재미있었던 관계로 이후 게임 프로그래밍 할때도 배경 지식이 빠삭했었다는... 나이가 글어가면서 모든걸 다 가질수없다는 것을 계속 실감하면서 그래도 아직 생활인 관계로 영어와 수학은 항상 대면하고 있다는...
    이영님은 아직은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시기이겠죠? 아 도전과 나이에 대한 통념은 저도 거부하지만, 막상 이 나이가 되어보니 완전히 새로운것에 대한 부담감은 커요. 알고 있는것들을 응용해서 만들어 내는것에는 아직 꽤나 흥미 있다는. 그래도 또래에 비하면 꽤나 진취적인 인물 -__ ;;

  3. Favicon of http://daegul.tistory.com BlogIcon 데굴대굴 2008.02.20 10:11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저는 미술시간이 좋았어요. 선생님이 주시는 주제를 교묘하게 맞추는 듯 하면서 다른걸로 바꿔서 표현하곤 했거든요. 가끔은 미가 떨어지곤 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제 의지대로 뜨거운 가슴을 갖고 대.충.냈지요. 이때부터였을까요. 성적표를 감추기 시작한 때가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