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건국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있어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숙이고 외면했어요.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맞는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넘치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언론에게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 "

우습지만 정치에 대해 뭘 알겠냐는 소리를 들어도 당연할지도 모를 나이였던 16살이였던 해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알고 반했고,
부모님마저 비주류의 정치인에 대해, 절대로 대통령이 될 것 같지 않은 인물에 반해서 노무현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매달리는 큰딸을 이해하지 못하셨었다.


故노무현 대통령은, "내 생에 처음" 이라는 것을 몇번이나 경험하게 해주신 분이라서,
방학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는 긴 여름방학동안 밖에 나가는 것을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그저 집을 좋아했던 나를
생에 첫, 그저 촛불 집회에 나간 것이 아니라 촛불을 든 사람과 경찰들 사이에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서 몇시간씩 서 있게 만들었던-
그저 대통령, 전 대통령이 아닌 생에 한명의 인간으로써 또 같은 나라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주셨던 존경하던 분이였다.
그저 대통령이라서 이름을 알고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나라를, 또 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서 뿌듯했던,
생에 유일무의할지도 모를 대통령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아침의 기사를 읽고, 참 많은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정작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은 너무 얽혀서 풀어낼 수도 없는
털실 뭉텅이처럼 가슴속에 그렇게 갑갑하게 얹혀있는 기분.

그저 하루종일 멍한 생에 처음 와보는 곳에서 길도, 지도도, 게다가 말문조차 막혀버린 길을 잃은 자가
마지막으로 믿고 따르던 별자리의 별들조차 사라졌을 때의 먹먹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세계의 정치심장부에서 정치를 공부했다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링컨 앞에서 나 역시 내 나라를 위해서 당신처럼 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찬 등돌림을 당해도 앞으로 나갈수 있을까-
내가 가는 길이 과연 제대로 가는 길인가-
했던 질문의 대답이 고스란히 전부 바스러져 내린 기분.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던 분들의 자녀들 중 대학에 합격했던 이들에게 대통령께서-정확히는 '청와대'이기도 하겠지만-
해주셨던 선물은, 당신의 필체로 씌여졌다던, '처음처럼'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시계였다.
책상에 스탠드처럼 세워놓을 수 있던 시계.
다른 물건도 아닌, 처음도 끝도 없는 시계에 무려 "처음처럼"과 "노무현"이란 이름이 새겨져있던 그 시계.

 그의 정치적 철학서부터 시작해서, 뭐 모든게 그의 "탓" 으로 돌려버리는-심지어 농담일지라도-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라면, 정말- 언제 또 그와같은 수준, 레벨에서 (모든것을) 고찰 할수 있는 대통령이 나올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
 단지 그가 했다는 이유로, 그의 이름이 씌여져 있다는 것만으로 다짜고짜 욕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내가 다 지칠정도라는 것.
 실언을 한 적은 있지만, 적어도 허언은 하지 않은 사람. 철학과 정치학을 통틀어서 아마 한번쯤 이름이 언급될만한 학자들의 글은
 정말 "거의 모두" 다 읽은 편이지만, 가끔 노대통령의 발언을 듣고/읽어 볼때마다,
 "참 똑똑한 사람을, 존경할 만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두고 있구나" 하는 마음.

여튼, 대학 합격/입학을 축하하면서 직접 고르셨다는,
 시계라는 선물과 "처음처럼", 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그를 내 앞에서 욕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의미에서 -난 반격을 할지도 모른다.
-2006년의 일기中-


임기때도, 또 임기후에도 "역사가 당신을 알아줄 것이다" 라고 했던 분이라서.
진심으로 그때까지 난 노무현대통령이 살아계셔 주시기를 바랬다.

자신의 정치적 적이라고 판단했던 이를 사형에 까지 이르게 한,
단돈 29만원이면 대한민국에서는 재벌이라는 말을 얻어내신 분까지 멀쩡히 살아있고,

멀쩡히 잘만 살아가던 우리 재벌가 사장님들은 건수만 터지면 다들 심장에 핵폭탄을 안고 살아가시는 마냥 휠체어 대동해서 아프시지 않으신가-
그정도 정신력에 기업들이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최대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도 "절대반지"라도 어디 꿍쳐놓으신 건지, 자신이 싫어하고, 맘에 들어하지 않는 단체,
인물들은 모두 쥐도새도 모르게
다 빼돌려가시며 심지어 국민까지 빼돌리시는 분도 뻔뻔하게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여전히 "난 잘하고 있다"를 매일같이 외치는데,


왜 당신이 못 살아 계시겠는가- 세상 다른 나라에서라면 불가능 해도, 이 나라에서라면 당신은 살아있을 수 있는 곳이였다.
검찰이 대통령의 whore-house라는 것을 온 국민이 알았고, 언론이 당신을 음해하려고 했던 것이 모두 알고 있었던 곳이였는데,
가장 모진 상처를 주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알고 있어서 당신은 충분히 잘 살아계셔야 했던 곳이였다.
그들의 반의 반의 반정도만 뻔뻔하셨어도 되셨는데.

적어도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적어도 당신의 대한 조금은 공평하고 공정한 평가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때까지는 살아주셨어야 했었다.

....

검찰의 수사는 종결할 것이라고 하고, 많은 이들의 머리속에는 "정치적 타살"이라는 단어가 기억될 것이며
동시에 "이명박"이라는 단어 역시 - 사람들이 잊을려고 하기 전까지는 기억될 것이다.

단 한가지 비통함과 울분속에서도 통쾌한것이라면
이명박씨가 백만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말을 노무현 대통령은 하신채로 눈감으셨다는 점.
(언론같지도 않은 대한민국의 1910년대를 배회하는 언론들은 쳐 알아두시기를 - 이번에 제대로 보도안하면 당신들 역시
역사의 심판대에 올라가 탄두대를 맛볼것이라는 것)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바래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편히 쉬시기를....

마지막으로, 노통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나의 대통령이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막 가을에 접어들고있던 워싱턴DC의 9월. 당신의 참모들에게는 그렇게나 매섭고 무서운 분이셨지만...
 그 참모분들과 감히 비교도 할 수없는 자리에 있던 나와, 그리고 함께했던 고작 대학/원생들에게는
 말씀을 전혀 낮추지 않으셨던 분.
 참으로 햇살 좋았던 날, 대통령께서 작은목소리로 해주셨던 한마디를 잊을 수가 없어서.
 감히 져버릴 수가 없어서....

.... 철딱서니없는 막내마저, 한국이 많이 변했어-라는 말을 하게만들었던 다시 돌아온 한국.
 그리고 20년을 고작 넘겼을 뿐이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발을 딛고있는 땅.이 흔들리는 것만치나 
절망을 느끼게 했던 이 나라의 decision-maker자리에
 오른 이들의 선택. 탓에 아마 대학을 졸업하며 워싱턴을 떠날때까지만해도 
"그래도 내 나라, 그래도 내가 태어나고 내 부모님이 계신 곳"이라는
 그 마지막 남았던 한줌의 기대마저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 나라.이지만,
 
 ... 그분이 해주셨던 말이기에 감히 져버릴수가 없어서,
 매번 이민을 갈것이라고, 국적변경을 할거라고... 하면서도.... 이제껏 못하고 있는...
 바보 박린아.

정말 그날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뒤돌아보는 것만은 하지않겠다-라며 살아온 내가.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어 빌어보는 소원.하나. 
 (added on 2010. August, 15th)
 


  1. Favicon of http://skyfac.com BlogIcon 엔하늘 2009.05.23 20:02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오늘 하루 종일 이거 땜에 기분이 꿀꿀...

    • Favicon of http://its3am.net BlogIcon RynnA 2010.10.13 02:27 신고  링크  수정/삭제

      이제서야. 덧글을 달 수 있게 되었어요.
      하늘이 무너져 내린 기분이라기 보다는,
      내가 서 있던 땅이 꺼져 버리는 하루였다랄까.

      2010년을 살고 있는 지금.
      그 분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2. Favicon of http://830324.com BlogIcon 디노 2009.05.23 22:21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죽을떄까지 노무현 지지자로 남을겁니다.
    동영상은 정말...
    예언보다 더 심하게 흘러가네요

    • Favicon of http://its3am.net BlogIcon RynnA 2010.10.13 02:29 신고  링크  수정/삭제

      위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 포스팅 내용 중에 - ...
      응. 정말이지, 내가 살면서 이 나라의 리더가.
      그 분만큼... 하는 마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쯤은 정말이지.
      현실.이라 더 무서운듯.

  3. rani- 2009.05.24 17:50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정말.. 어쩜 이런 비보가 있을수 있나..

    저분보다 더 부정한 정치가들. 대통령들이 얼마나 많았고, 지금도....
    후우.....

    정말 지금껏 있었던 대통령 누구도 저만큼 국민을 생각한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을까.


    그러게.. 살아서 지켜보셨어야 하는건데 말이야..

    계속되는 한숨과 답답함.



    별이 하나 져버렸다. 정말.

  4. 제페토 2009.05.25 09:36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ㅇ ㅏ.. 너무 가슴아프네요.

    짧게 자막으로 나온 속보를 보고, 설마....... 그랬는데...
    주말내내 봐왔는데도 , 다시보니 또 울컥 -

    정말 한숨만 ...

  5. Favicon of http://daegul.tistory.com BlogIcon 데굴대굴 2009.05.25 17:19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별인지 영웅인지 개척자인지는 모르겠지만(어쩌면 이 모든 칭호를 다 붙여야 할지도..) 하나 사라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쉽죠......

  6. 2009.05.29 21:30  링크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7. 다니엘 2010.08.27 10:41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글 잘 읽고 갑니다. 어떻게 이 포스트에 글을 달게 되었는지 저 스스로도 모르지만, 공감하고 감사합니다.
    종종 들러 린아님의 글,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금요일 아침....주말의 전날......비 내린 후 공기가 상큼하네요.
    트위터에서 팔로우 했으니...승인도 부탁하구요.

    • Favicon of http://its3am.net BlogIcon RynnA 2010.09.03 15:56 신고  링크  수정/삭제

      ^^ 아마 가장 최근에 수정한 글인터라 보시게 되셨나봐요... 사실 이런 주제의 글은 감정적이 되어버려서 공개를 해놓는 것이 몇 개 되지 않지만 다니엘님 같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에서라도 분발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