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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정하,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12시가 채 못되어 누웠는데, 뒤척이다 뒤척이다 푸르스름한 새벽녘의 빛이 방을 비추는 것을보니
이제는 아침이로구나.."하게 되는 날들. 병은 나으라고 있는 것인데, 언제서부터인가
나아지려는 노력보다는, 익숙해지는 것을 선택해버렸으니. 이제는 낫지도 모른다는 희망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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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오래 네 꿈을 꾸었어.
네가 혼자 사막에서 잠들어 있는 꿈을 꾸고 살았어. 


머리가 좋다는, 아니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시험기간에는 분명 굉장히 쓸모있고, 평생 덕을 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 살아가면서 이렇게나 좋은 기억력은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

잊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서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덥쳐온다. 거대한 해일처럼.
기억에 가라앉아 올라오려 해도, 또 밀려오는 해일탓에 잠깐이나 고개를 빼 숨이나 쉴수 있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며칠은 그렇게 죽어야 있어야 할정도로.

벌써, 10년도 더 된, 생각이 다시 날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그 겨울, 작별의 날이.
울지않는 척 하려 두꺼운 겨울코트의 소매를 턱이 덜덜 떨릴정도로 물고 있었던 얼굴도,
참 예뻤던 그 더플코트의 색상도 기억하고 있고, 다른 한손에 들고 있던 실내화주머니 가방의
무늬마져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쉬는시간마다 장난치며 춤을 춰댔던 지긋지긋한 그 노래는
어김없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안에 들어가있던 빌딩의 최악이라고 할수
밖에 없는 바닥의, 소리리는 나오지 않을 지언정 - 눈물이 떨어져 변해가던 그 색깔까지.

11년전. 그 자리. 그 시간에 그대로 돌아가 서 있는 것 처럼. 그 목소리도. 주변의 알지못할 웅성임과.
잔인할만치 뒤돌아 서서 걷기 시작했던 내 모습까지. 전부 모두. 너무 또렷하게.
그리고 그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던 세곡의 노래. 까지. 모두.

가끔 저주.를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책의 몇 페이지의 글씨를 똑같이 그려낼
수도 있겠지만 단 한번 스쳐간 사고의 한 장면 역시 평생 못 잊게 된다는 것이라면... 세상에는
보고 싶은 것보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더 많으니까.

여름과 겨울은 두려운, 무서운 계절이다. 전자는 더위에 정신력이 약해져 이런 기억의 침범을
이겨내지 못하고 후자는 늘 이별의 계절이였으니까. 단 한번 겪는것도 모잘라 10년도 지난 이별의
장면을 그대로 "보는 것"은 죽을만치 괴로운 일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이번에도 또,
기억에 넘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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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eiruss.tistory.com BlogIcon 케이루스 2007.07.11 17:35  링크  수정/삭제  답글

    망각이라는 능력은 정신력이 약한 인간에게 참으로 좋은 약입니다.. [뭔소리냐]

    • Favicon of https://its3am.net BlogIcon RynnA 2007.07.14 14:24 신고  링크  수정/삭제

      반대로, 정신력이 약한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망각은 살인도 가능할지도 몰라요.
      (뭔 소리냐?)

      ...
      청진기 바리바리싸들고 우체국 갔다가..
      나 정말 정신을 두고 다니는구나-했던것이.
      주소를 안 가져간거 있죠...

      자기혐오중.

    • Favicon of http://keiruss.tistory.com BlogIcon 케이루스 2007.07.15 03:02  링크  수정/삭제

      그렇다고 혐오까지 하시면 안되요오~!

  2. Favicon of http://www.daegul.com BlogIcon 데굴대굴 2007.07.11 18:01  링크  수정/삭제  답글

    이영님의 능력으로 여름과 겨울을 변경해보세요. 전지전능한 이영님이라면,
    여름에는 기억의 침범을 막아내고, 겨울에는 이별을 안하게 만드는거죠.
    그러니까... 겨울에는 기억의 침범을 만들어내고, 여름에는 이별을......
    (퍽퍽퍽~ 이건 아니잖아!)

    • Favicon of https://its3am.net BlogIcon RynnA 2007.07.14 14:26 신고  링크  수정/삭제

      피식. 전지전능한-것이 누가 있어요.
      더불어 저 역시 마찬가지.

      뭐 여름에 이별을 하고겨울에는 기억의 침범을 만들어내고-
      해도 두 계절 모두 괴롭긴 마찬가지일듯.

      차라리 망각의 약을 구해 먹는것이... 빠를지도.

  3. Favicon of http://www.naver.com/guiny75 BlogIcon 귀니 2007.07.12 00:39  링크  수정/삭제  답글

    기억에 넘어지다라.........넘어질 기억이 있다는 것조차 행복일수도......
    그나저나~!
    저 드디어 내일...아니 이제 오늘이군요!!
    러시아로 출발합니다...ㅎㅎ
    이 더운날 좀 시원하게 보낼수 있을 듯~ ㅎㅎ
    잘 갔다 올께요~~^^
    이영님도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 Favicon of https://its3am.net BlogIcon RynnA 2007.07.14 14:26 신고  링크  수정/삭제

      넘어질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테니...
      모두가 행복하다고 할수 있을까요?

      러시아- 잘 다녀오시기를 :)

  4. 라미 2007.07.15 16:21  링크  수정/삭제  답글

    "12시가 채 못되어 누웠는데, 뒤척이다 뒤척이다 푸르스름한 새벽녘의 빛이 방을 비추는 것을보니 이제는 아침이로구나.."

    토닥토닥...;
    저도 늘 그래요 ㅠ_ㅠ;;
    불면증 심해도 최소한 피곤하지라도 않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가만있으면 피곤하고 누우면 그상태로 밤새버리고 그다음날 하루종일 머리아프고..!

    그래도 방학이라 집에와서
    무지무지 보드랍고 따뜻! 한 강아지 한마리 안고 자서 그런지
    요즘은 조금 편하게 잔답니다^-^
    토실토실하고 보들보들한 이쁜 강아지 한마리 입양하세요 >_<
    그리구 꼬옥 안고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