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주택들이 옛 고성마냥 그 자태를 뽐내며 이어져 있는 그러한 곳, 새벽에 잠시 산책을 나왔다 마주친 어느 한,
그 곳과는 매우 이질적이게 보였던, 남자.
너무나 선명한 다홍색의 꽃으로 만개해 있던 정원에서 걸어나오던, 분수를 모두 지나-
그제서야 제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던, 커다란 키에 잘생긴 얼굴을 한, 이방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 남자.
눈이 마주치고, 살짝 웃게 되었고, 몇일이 흘러 흘러 -
다음의 내 모습이란 그 사람 품에 안겨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런 모습.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러한 멜로디와 악기로 연주되는 노래가 흘렀고,
너무 행복했고,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것 같아요-스러운 말도 안된다고 했던 감정.
그 사람 손길하나에 행복해 웃고, 이 행복이 어떻게 될까 살짝 두려워 울었고,
알았었던것이겠지. 세상의 모든 행복은 그 끝이 있다는 것 -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오직 꿈속에만 있다는 것을.
역시 모든 것은 그러한 법. 몇일 후 집에 들려본지가 한참 되는 언니가 들이닥치고-
나라의 어느 특수 기관의 멤버인 듯한 언니의, 동생인 내게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과 나라에 비상이 걸렸다는 이야기.
조금은 두려운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그 사람은 아닐거라고. 그 사람 때문은 아닐거라며,
그 날 밤 다시 만난 그 사람은 내 예감이 예감만은 아니였다는 것을 알려줘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그 사람...을 더 이상 잡고 있지 않고, 안전 할 수 있도록
이 곳과는 어울리지 않은 그가 어울릴것 같은 - 그 사람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기로 ...
이 밤이, 이 사람을 - 그렇게도 사랑하는 이 사람을 보는 마지막 날이라며 속으로 그렇게 끝없이 울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밤을 새자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 가족몰래 갖고 있었던 집과는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 사 놓았던 작은 집으로 그를 초대.
집안 곳곳에 널려있는 수 많은 악보들과 풀룻과 비슷해 보이는 악기와, 방 한 가운데 놓여져 있는 침대에
그 사람 참 많이 웃었던.
지금까지 내 귓속에 들리고 있는 그, 적당히 낮고, 적당히 커서 너무 듣기 좋았던 그 사람의 시원한 웃음소리.
오랫만에 들린 그 집을 함께 정리하고, 청소하며. 당신이 떠나고 내가 남은 후,
더 이상 우리가 아닌 각자가 되어
살아갈 미래에 대해 그렇게 웃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
그렇게 새벽이 되고, 동이 틀 무렵, 나란히 누워
"어쩌면 난 당신보다 더 키가 크고 멋진 사람과 결혼을 해, 배가 이만큼 불러와 날 닮은 아이를 갖을지도 몰라"-
라는 말에 그 사람 웃으며,
"나도 당신이 배가 이만큼 불러왔을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에 더 이상 울음을 참지 못해
'샤워하고 나올게'라며 물을 틀고 그렇게 한없이 울어버린.
... 욕실에서 나왔을때 방은 이미 없어진 그의 체취만을 가득히 담고.
바닥에 허물어져 그렇게 울다, 발견한, 침대 맡 스탠더에 올려져 있던 수많은 악보중에
유독히 눈에 띄는 다른 필체로 적혀진 악보 한장.
중간에 포기한 듯한 나의 멈춰진 악보에, 음표가 더 그러져 완성되어 있는.
그리고 그 아래 씌여져 있는, 처음보는, 꼭 그 사람을 닮은 그러한 글씨체.
기억할게요, 내가 없어져 버린다해도.
사랑할게요, 당신을.
집에 돌아와 그 사람을 찾느라 혈안이 되고, 또 갑자기 사라져버린 동생을 걱정하느라 눈이 다 충혈된 언니에게
그 사람을 마지막 본 장소라며, 처음 그를 만났던 그가 지내었을지도 모른다며 그 다홍색으로 물든 정원과
같은 색을 한 집을 가르쳐 주고는...
조금이라도 그의 흔적이 남아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언니와 나머지 사람을 속이고 몰래 그가 지냈었던
곳으로 도착했을 때 즈음 이미 무언가를 눈치챈 언니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몇번이나 다른 곳을 지나쳐오며 겨우 그가 머물었던 그 곳에 도달해서 잠긴 문을 열려고 할때 -
언니와 함께 온, 같은 기관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뒤에서 창인지 싶었던 무기로,
명치에서 주먹하나 위. 꼭 몸의 중심에서 왼쪽...
정확히 심장의 중심을... 관통당함.
마지막으로 본 것이라면, 겨우 꺼내었던 앞 호주머니에 접어 넣어두었던 그 사람의 글씨가 담긴 악보 한장.
이미 피로 얼룩져 볼 수 있었던 글씨라면, 기억할게요-당신을 이라는 몇 글자.
그리고 불과 그 새벽에 들었던 그의 시원한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
멀리서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는 큰 언니의 다급한 얼굴,
이미 내게 가까이 온, 나를 향해 방아쇠를당겼을 그 사람에게는 들렸을지도 모르는,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 사람의 얼굴을 향해.
'다음에 태어나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요'
ich wäre auch dafür da sie wiederkom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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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째, 반복된 꿈.
평소에 꿈을 꾸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이틀간 이어지게 꾼 꿈이 오늘은 너무 생생해서.
배게가 흠뻑 젖은 것은 당연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한쪽 얼굴의 피부가 다 데인것 처럼 빨갛게 쓰라릴 정도로 울었다면.
꿈에서 깨어서 겨우 몸을 추스려 앉았는데도 불구하고, 귀에 선명히 들렸던 그 사람의 웃음소리.
눈앞에 종이를 주고, 꿈속에서 보았던 그 악보를 다시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했었던.
그리고 한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눈에 보이는, 붉은 피에 젖어 겨우 보이던 연필로 씌여져 있던,
"기억할게요
당신을..."
배경이라면, 현재보다는 과거 인듯 한 모습이였는데 - 꿈에서 난 분명히 영어도 한글도 아닌 언어를 썼는듯,
독어비슷한 언어였는데... 싶은. 신기하게도 난 어떻게 그런 언어를 알아볼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얕게 들은 수면 중, 분명 꿈에서야 몇시간이, 며칠이, 또 몇 년이 흐르는 시간이라고 해봤자.
정작 현실에서(잠자고 있는)의 시간을 계산해 봤을때 채 몇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아무리 긴 꿈이라고 해봤자 20분 이상 꾸는 꿈은 없는 것 역시 알고 있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
조금은 신기할 뿐.
어제는 그저 지나가는 꿈이려니, 잊어 버리고 - 심지어 잠들기 전에는 꿈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본의 경제현황자료를 읽고있었는데... 하면서도.
오늘은 너무 아프고,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듯한 그러한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인해서
꿈에서 겨우 내가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깨고나서도 눈물때문에 너무나도 쓰라린 한쪽 볼을 잡고,
머리속에서 지워지질 않는 그 영상은 계속해서 반복 리플레이.
짤막하게 중간의 자잘한 디테일을 안 써서 그렇지, 잘하면 18부작 드라마 한편은 나올정도의 이야기.
이렇게 쓰기로 한 이유라면, 머리속에 있는 것을 글로씀으로서 정리할수 있고, 또 머리속에서 빼 버리겠다는...
헌데, 그 집, 정원.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은... 아직까지 너무 낯익어서...
몇해전 TV에서 유행했던 전생체험을 한다면 이럴 것 같다는 느낌 -
Ich werde dich nie verge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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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걸까요? ^^;;
으음.. 실제 저런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거군요...
전생에 너무 아픈 사랑이라도 하신게 아닐까요? -_-;
헌데,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은 참... 오래되었고, 미국 드라마라고
해봤자 보는건 피가 흥건한(
ER, Grey's Anatomy, Chicago Hope, House에서는 저럴듯한
사랑얘기는 나오질 않거든요.
.. 정말 전생이라도 믿어야 하는걸까요? (싱긋)
덧글 달려서 깜짝 놀람 <- 여전히 익숙해 지지 않은 이곳인듯;
ㅋ 재밌네요 . 너무 몰입해서 읽었는지 마지막에 꿈.. 이란걸 보곤 헐 ;;
역시 드라마 영향 ?!
=_= 재미... 재미... 후덜덜덜덜.
스토리 일지도.
하긴, 저 역시 다른 사람이 써놓은거라 생각하고 읽으면 꽤나;
어처구니 없지만 재미있는(과연
... 헌데 저걸; 저걸 꿈꿨다고 생각해보세요..
막막 총인지 화살인지... 인가 뭔가가 관통;한걸.. 봤..봤...
...
드라마는 보지도 않는거 아시잖아요 =_=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정말 저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싶을정도로
혹시 그 남자가 McDreammmmy 닮았다면 드라마에서 나왔을 수도...아니면 McSteamy??
호오- Grey's Anatomy를 follow하신 분이시로군요. (싱긋)
헌데 어쩌나... 저의 이상형은 mcDreamy도 McSteamy도 아니랍니다-
그 둘이 나왔다면 그저 드라마의 연장선상이겠거니.. 했을지도 ^^
McDreamy<3 .....
내가 봤을땐... 음.. 언니 전생이나.. 누.군.가의 전생이 ㅇㅏ니였을까???.....
내가 내것도 아닌. 누군가의 전생을 꿈 꿀 정도라면..
왕꽃선녀님-_-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내 전생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고 -
여전히 총-비슷한-무기로 인해 몸이 관통당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기억할수 있는데... 그다지 좋은 느낌이 아니였다는것은
확신.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전생이라-하고 있어.
기억할수 있는게 ...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지도. 하하.
꿈을 꾸기에 너무 늙어버린게야
... 그대가 나타나 줬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