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대한
                               ....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수 없이 돌아다녔다.
 베스트셀러가 된 어느 책 제목은, 지도밖으로 행군하라고 했지만 - 애시당초 사람들이 그려놓은 지도가,
 길이,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저러한 문구는 그저 지도안에 사는 사람들의 바램 혹은 사치일뿐.
 
 비록 30분 남짓한 시간일 뿐이였지만 미친듯이 읽어내렸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 다시 원점으로,
 책의 표지를 보고 있다가, 든 생각이란.

 난 과연 얼마나 기억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
 우습게도, 기억력은 좋다고 자부하고 살면서 정작 내가 살았던 집들에 대한 기억은 잘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했을때의 기분이란.

 ...제 3자의 입장으로 봤을때라면 어느 곳 하나 평범하지 않았던 곳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좀 전에 끝낸 수채화를 비오는 창문밖으로 손을뻗어 맞게 한 후의 - 딱 그만큼의 흐릿함.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활자중독증이라 할만치 책에 집착을 갖고 있었고, 때문에 어린아이 하나 잠 잘 공간이
 비좁을 만치 방에 책을 쌓아놓고 살아서, 책상을 ㄱ자로 놓고 낮에는 기역-자 책상을 내려놓아 책상으로 쓰고
 밤에는 접어 올려서 그 아래 잤었던 기억이 문득 났다. ... 그게 7살이였던가... 8살였던가,

 그 전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이, 그 전에는 영화, 드라마 촬영에 종종 씌이곤 했던 외갓집에서 살았으니까.
 웃기게도, 10살 이후로는 살지 않은 그 300평이 되던 집은 지금 당장 도면을 그릴수 있을만치 기억이 나는
 유일한 집. 심지어, 어렸을때는 현관에서부터 앞 정원-계단을 내려가야 있는 대문까지의 길이 밤에는 어찌나
 무서운지 할머니가 대문 빗장을 확인하고 오라고 하시는게 무서워 일찍 자는척을 했을정도였다는-것까지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이 기억은, 몇년 전 TV에서 특집인지 옛 드라마를 다시 방영해 주던중, 여 주인공이 이루어지지 못할
 가난한 애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울면서 요새로 보이던 그 커다란 대문앞에 쭈그려 앉아 울던 모습때문에-
 ... 그리워진 그 집이 다시 보고 싶어 그날 오후,
  도착해 보았던, 그 요새와 같던 집이 마치 거짓말이였던 듯이 사라지고, 심지어 거실 한가운데 나선형 계단이
 너무나도 멋있었던 옆집, "김장군 할아버지 댁"마저 ... 마치 아주 오래전서부터 있었다는듯  고급스러워 보이는
 단층빌라 몇채가 들어선 것을 보고 아마 그 충격으로 잊지 못하고 있는지도....

 14살 -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 바로 골프장이 있었던, 그 주소마저 골프 뷰(Golf View) 1번이였던...
 해발 1,800미터 위의 웰링턴이란 작은 도시의, 집 뒤에 파출부/하녀(메이드) 숙소가 딸려있던 집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집의 방수가 많아서 좋다고 했던 기억은 있는데 - 정작 방이 몇개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1년이 넘게 살았던 곳이였음에도 불구하고...  14살, 어려서 기억을 못하겠다고 하기엔
 모두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못할 나이.

 16살 처음으로 집을 얻어 혼자 살기시작했다.. 집이라고 할수 있기보다는, 호텔의 스위트룸이라고 해야할까?
 시내 한가운데, 강을 내려다 볼수 있었던 - 10시 이후에 집을 돌아오려면 유리문이 아닌 뒤의 문으로 들어와야
 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 그 방의 호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희미하게 방까지 가는 복도의 모양만이
 기억이 날뿐이랄까. 벽뒤로 보이던, 발코니가 나 있던, 한쪽면이 모두 거울로 되어 있던...  그 정도만.

 한국, 뉴질랜드, 인도,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캐냐다, 미국....
 어렸을때는 나라이름을 외우기 위해서 곧잘 지구본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누군가가 어디에 있었는데요?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지구본을 돌려보게 된다.
 어디에 살았었더라... 결국 대답은 "많은 곳에요"
 
 생각해보니, 지금 있는 이집도 이제 몇일밖에 남지 않은 올해를 넘기고, 다가올 "내년" 가을 즈음에는
 묽어진 수채화처럼 내 기억속에 남게 될 또 하나의 집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서글프다고 할까?
 아마 이 이유때문에 이번 여름 그렇게나 사진기를 들고 설쳐댔었나 싶다.

 딱히 이러한, 조금은 틀어져버리고 뭉개져버린 기억 때문에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른으로 큰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은 오늘과 같이 툭 수면으로 떠오르고는 하는데...
   ...

 어쩌면 누군가가 예쁘게, 알록달록한 색으로 꼼꼼히 표기되어 있는 지도를 준 손을 외면해 버린채
 덜렁 "하얀"으로 꽉 채워진 종이 한장을 들고 내가 그릴거야-라고 한 것은 결국 내 자신이니 지금의 안정적인
 감정을 갖지못한 상태에 대한 하소연 역시 이렇게 혼자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몇년 후,
 딱히 그 모습들을 저장할(핸드폰에도 달려있는 디카라는 것이) 매체가 존재하지 않아 남기지 못했던
 옛 집들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 정말 모두 기억에서 사라져, 이러한 기억들 때문에 한참이나 먹먹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주저앉아 있을 수 밖에 없던 오늘 같은 날의 심장이 더욱더 아파지는 그러한 날이 온다해도 -
 
 아마 그 때즈음엔 그렇게 아픈, 다시없이 먹먹해진 가슴의 통증을 내 기억의 잔재라고 하며 웃어야 할지도...
 




 

하지만 난 말이지,
 딱 1년전 이 집앞에서 내가 찍었던 사진이, 낡고 바래져 내 기억에서마저 묽어진 수채화 같은 추억으로
 남겨지는 것을 막고 싶은 거다. 이 시간을 붙잡고 싶다.

 

'직업_이방인학생 > NZ_INDIA_UK'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2. 종언  (13) 2010.03.11
#001. 잔디밭.  (5) 2010.03.10
#000.  (18) 2010.03.09
"습관" - 100 Days After,  (4) 2009.11.15
그 후의 이야기들, 100 Days After: Part I.  (20) 2009.11.11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  (16) 2007.02.12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6) 2006.12.29

  1. Favicon of http://impress.pe.kr BlogIcon 정호씨ㅡ_-)b 2006.12.29 16:24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왠지 울적해 지는 글이네요....

  2. Favicon of http://negu.org BlogIcon 네구 2006.12.31 02:18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저도 한 해, 그리고 또 한 해가 가면서 점점 기억하고 싶은것들이 생각이 안나네요...
    이제부터는 블로그와 기억을 공유하면 어떨까 합니다 ^^

    • Favicon of http://its3am.net BlogIcon RynnA 2006.12.31 08:27 신고  링크  수정/삭제

      싱긋-
      좋은 생각같으신데요? 저역시 블로그에 기억을 새겨넣는
      작업을 이렇게 시작해 버린듯 싶습니다.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merryaction BlogIcon 메리올 2007.01.01 19:41 신고  링크  수정/삭제  답글

    이러나 저러나 남는것은 사진뿐.ㅎㅎ^^ 우린(<-묻어간다.ㅋ) 아직 많~~~~이 젊어요! 지금부터라도 행복하게 바래질 기억, 혹은 추억을 만들어가면 되죠. 옛일은 옛방식으로 이렇게 기억하고(결코 슬픈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ㅡ^), 앞으로의 일은 앞으로의 방식으로- 기억하면 되죠!^^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억이 너무 또렷해도 재미없지 않나요?^^ 기억은, 시간이 흐르고 먼지가 조금씩 쌓여야, 비로소 아름다웠던 추억이 되는것 같아요. 우리 같이, 행복하게 바래질 기억들을 만들어 가요.^~^)/*

    • Favicon of http://its3am.net BlogIcon RynnA 2007.01.02 04:44 신고  링크  수정/삭제

      그러게요! 이러나 저러나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씀이 백번천번 옳으신것 같기도...아직 많이 젊어요...(덜덜덜)무려 95년생이 사촌동생이 와서 같이 있는데...
      젊...젊... (한숨)

      여튼, 언니 말씀이 옳은것 같아요, 이렇게 지나간 것을 기억할수 있고 글로 옮길수 있다는것은 아직 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과거는 과거로써 조금 희미해지는것이 결코 나쁜것이 아닐테니까 말이에요.
      정말... 그냥 조금 투정이 부리고 싶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 누군가에게. 혹은 내게.

      ^^ 넵! 같이, 행복하게 바래질 기억들을 만들어가자구요! 아자!!!